건축 전공자의 시선으로 본 공간의 요소들
PINCH.POINT
어딜 그렇게 쳐다보는거야?
필자 Director K(이하 K)는 직업병이 하나 있다.
카페, 식당, 쇼핑공간 어디를 가던 음식이나 제품보다는 공간 구석구석을 분석하듯 쳐다본다. 함께하는 지인이 있을때면, K의 시선을 졸졸따라 뭘 그렇게 두리번대냐며 툴툴대기 일쑤다.
건축을 전공했던 K에게는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야 마음이 편안하다. 천장, 바닥, 조명, 자재, 동선 등.. 공간 전체가 마치 한 사람의 성격을 드러내듯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공간을 매우 선호한다.(공간 특화 브랜드 컨설턴트는 어쩔 수가 없다.)
이번 포스팅은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번 파헤쳐보는 시간이다.(야호!)
공간이 말하는 첫 번째 언어는 천장 높이다.
미네소타 대학의 Joan Meyers-Levy 교수 연구에 따르면, 10피트(3m) 높이 천장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더 자유롭고 추상적으로 사고하는 반면, 8피트(2.4m) 천장 공간에서는 구체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천장이 높으면 창의성이 올라간다'는 말이 맞았다!)
애플 스토어를 떠올려보자. 높은 천장이 주는 개방감과 자유로움. 그 공간에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혁신'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체감한다.
반대로 아늑한 동네 카페의 낮은 천장은 친밀감과 안정감을 전달한다.
천장 높이 3m vs 2.4m, 겨우 60cm 차이지만 고객의 사고 패턴까지 바뀐다. 브랜드 컨셉과 천장 높이가 일치할 때, 공간은 비로소 설득력 있는 브랜드 경험이 된다.
'길'이 곧 이야기다.
이케아의 구불구불한 미로 같은 동선은 우연이 아니다. '고정 경로(fixed path)' 레이아웃을 통해 고객은 매장에서 더 오래 머물며 전체 상품의 대부분을 보게 된다. 일반 매장에서는 고객이 전체 상품의 33% 정도만 보지만, 이케아에서는 거의 모든 상품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Alan Penn 교수는 이케아의 동선을 "심리적 무기(psychological weapon)"라고 표현했다. 고객이 미로에 순응하면 지갑에 대한 통제권도 함께 넘겨주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편의점의 직선적 동선은 '빠른 구매'라는 명확한 목적에 최적화되어 있다.
롯데마트 리브랜딩 프로젝트 기획 과정에도, 사실 동선의 힘이 숨겨져 있다. 전통시장이 가진 원형 구조와 현대 마트가 가진 효율적 그리드 구조를 균형있게 가져가는 레이아웃으로, 보다 생기 넘치는 장보기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동선 하나로 완전히 다른 브랜드 경험을 만든다.
손끝으로 느끼는 브랜드가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의 두꺼운 원목 테이블과 정교한 금속 디테일, 그리고 일반 스타벅스의 얇은 원목 합판과 플라스틱 의자. 같은 브랜드지만 촉각적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고급스러운 재료의 무게감과 질감이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손끝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애플 스토어의 매끄러운 유리와 알루미늄, 따뜻한 원목의 조합은 어떨까? 차가운 기술 소재와 따뜻한 자연 소재를 함께 보여줌으로써 기술과 인간성의 조화를 반영한다. 인간이 가진 '직관성'을 디자인에 녹인 애플의 철학이기도 하다.(제발 그 철학이 계속해서 유지되기를...)
무인양품의 자연 소재 활용도 마찬가지다. 거친 듯하지만 따뜻한 질감의 재료들이 '자연스러움'과 '진정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손끝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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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를 연상시키는 맥도날드의 빨간색과 노란색 조합은 '해피밀' 메뉴처럼 기쁨과 생기, 흥분을 일으킨다. 브랜드 에센스인 delicious feel-good moments'과 일관된 무드를 일으키는걸 볼 수 있다.
반면 스타벅스의 그린과 브라운 톤은 '장시간 머물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색채로 전달한다.
PINCH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조율'은 공간을 구성하는데도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천장 높이가 주는 심리적 효과, 동선이 만드는 고객 여정, 재료의 촉각적 메시지, 색깔의 감정적 영향.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스토리로 연결될 때 비로소 '성격 있는 공간'이 탄생한다.
포도호텔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건축적 요소 하나하나가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때 그 공간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경험이 된다.
공간을 설계하는 것은 브랜드의 성격을 만드는 일이다. 높은 천장으로 개방감을 줄 것인가, 낮은 천장으로 친밀감을 만들 것인가. 직선 동선으로 효율성을 추구할 것인가, 곡선 동선으로 탐험의 재미를 줄 것인가. 차가운 재료로 모던함을 표현할 것인가, 따뜻한 재료로 안락함을 전할 것인가.
공간의 모든 요소는 브랜드가 고객과 나누는 대화다. 그 대화가 일관될 때, 고객은 그 브랜드의 '성격'을 정확히 읽어낸다. 건축을 공부한 브랜딩 전문가의 시선으로 보면, 공간은 그저 상품과 서비스를 품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니다.공간은 늘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문제는 그 말이 우리가 의도한 것과 같은지다.
P.S. 혹시 당신의 브랜드 공간도 성격을 찾아가는 중이라면? PINCH.와 함께 그 공간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발견해보자. 결정적인 순간, 결정적인 한 끗을 위해서.
PINCH. Director K
Director K는 유연한 사고와 깊은 공감력으로 사람과 브랜드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포착하고,
그 본질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스토리텔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