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회색 건물 사이로 오가는 차들, 끝없이 울리는 신호음에 지쳐 있다 보면 문득 떠오릅니다.
지금 내 고향엔
몽실몽실 피어난 양떼구름이 하늘에 떠 있고, 신작로 옆으로는 코스모스가 바람 따라 흔들릴 테지요
둥글둥글 초가지붕 위에는 하얀 박이 달려 있고, 울타리에는 조롱조롱 수세미가 매달려 있어 정 겹고, 마당 한쪽 멍석 위에서는 빨갛게 익은 고추가 바싹바싹 마르고, 그 위로는 고추잠자리가 쌩쌩 날아다니며 푸른 하늘을 가를 겁니다
그리고 논둑마다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던 벼이삭. 허수아비가 훠이훠이 팔을 흔들면 메뚜기들이 튀어 오르고, 그 메뚜기를 뒤쫓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저녁 종소리처럼 마을을 울리곤 하겠지요.
지금은 빽빽한 빌딩숲에 갇혀 살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내 고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움은 계절의 냄새와 함께 불쑥 찾아와 나를 감싸고, 오늘 같은 가을날이면 더욱 진하게 마음을 적셔옵니다.
이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떠올려도 좋고, 이런 그림을 그려보아도 어울리는 날입니다.
왜냐하면, 이만큼 가을다운 날이 흔치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