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 현관의 우산꽂이에 낯선 우산 하나가 꽂혀 있다.
“이게 뭐지?”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제 갑자기 내린 비를 떠올린다.
맞다. 어제 편의점에서 급히 사 들고 온 비닐우산이다.
그 우산은 이제 다른 우산들과 함께, 마치 오래된 세입자처럼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장우산, 접이식 우산, 판촉물로 받은 로고 박힌 3단 우산, 골프 치는 친구가 준 큼지막한 우산, 그리고 어제 산 비닐우산까지.
현관 우산꽂이는 어느새 ‘우산 박물관’이 되어버렸다.
사무실에 도착해 보니 그곳 우산꽂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양한 우산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인은 이미 떠났거나, 아예 돌아볼 생각조차 없다.
비가 오면 구입하고, 비가 그치면 두고 간다.
우산은 그렇게 ‘비 오는 날의 일회용 친구’가 되어간다.
언젠가 우산은 귀한 물건이었다.
찢어진 천을 꿰매고, 휘어진 뼈대를 고치며 오래도록 썼다.
심지어 ‘우산 수리집’이라는 간판도 존재했다.
그 시절엔 물건 하나에도 정성과 시간이 깃들어 있었고,
소유는 곧 애착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풍요 속에서 소중함을 잃어가고 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물건을 손쉽게 사고 버린다.
우산뿐일까.
텀블러, 에코백, 옷, 신발, 전자기기까지 —
무언가를 오래 쓰는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물건이 아니라,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버리는 건 쉽다.
하지만 버려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
쓰레기산, 바다, 길거리.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의 삶 속으로 되돌아온다.
우산 하나를 다시 본다.
그 낯선 비닐우산은 비를 막아주기 위해 존재했지만
이젠 잊힌 채, 한편에 놓여 있다.
가볍게 생각한 작은 물건들이
결국 지구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우산이 조용히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오늘,
버릴 우산 대신 다시 쓸 우산을 챙겨보자.
소유보다는 존중,
편리함보다는 책임을 떠올려보자.
지속가능한 미래는 그렇게, 작은 우산 하나에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