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제법 소문난 국숫집을 찾았다.
국수를 달달 꿰고 있는 친구의 권유였다.
나는 1년에 열 번 남짓 먹는 편이라 했더니,
친구는 열 번 빼고는 늘 즐긴다며
스스로 국수 마니아임을 자처했다.
메뉴판은 단출했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딱 두 가지.
그런데 가격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국수 한 그릇이 만 원을 훌쩍 넘는다니.
그 순간, 불현듯 옛날이 떠올랐다.
시장에 가면 노점에서 방금 삶은 국수를
찬물에 헹궈 멸치 육수에 김가루 뿌려 내주던 시절.
덩치가 크다며 큰 그릇에 넉넉히 담아주면서도
2~3천 원이면 충분했던 때가 있었다.
그 맛은 단순했지만 깊었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하지만 오늘의 국수는 달랐다.
깔끔하고 세련되었으나,
옛 국수의 구수한 깊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신세대의 입맛에 맞춘 듯 단맛이 강했고,
두어 젓가락 뜨니 그릇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옆에서 맛있다며 감탄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애써 표정을 감추었다.
시절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내 고집일지도 모른다.
이 집을 찾은 사람들은 즐겁게 줄을 서는데,
혼자만 옛 국수와 견주고 있으니 말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자 친구가 말했다.
“정말 이 집 국수 맛은 최고야.”
나는 웃으며 답했다.
“잘 먹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그 말이 튀어나오려 했다.
‘난 별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