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위스키 마니아인 친구의 생일 초대.
아삼육들이 모인 곳은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식당,
이 식당에서 마주한 광경은 내게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충격을 안겨주었다.
테이블 위에는 위스키잔과 맛깔난 안주가 정갈히 차려져 있었고, 곧이어 친구는 쇼핑백에서 직접 공수한 위스키 세 병을 꺼내놓았다. 순간 의문이 일었다. 식당 술이 아닌데, 이게 가능할까?
친구의 대답은 의외였다.
“콜키지야.”
콜키지. 한때 술집에 와인을 가져가면 코르크 차지(cork charge)라는 명목으로 비용을 냈던 기억은 있지만, 외부 주류를 자유롭게 반입해 마시되 별도의 일정 비용만 지불하는 형태가 이렇게 대중화되었을 줄은 몰랐다. 식당은 주류 매출 대신 안주 매출로 이익을 내는 전략을 택했고, 손님은 원하는 술을 가져와 합리적인 비용으로 즐기는 구조. 불경기가 빚어낸 묘한 거래였다.
이 신문화는 더 이상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콜키지 프리’ 식당을 소개하는 앱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경제 불황 속에서 소비자는 합리성을, 자영업자는 생존을 택하며 만들어낸 타협점이자 새로운 문화 코드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과거 고급 위스키를 즐길 때는 코르크 차지라는 일종의 사치세를 기꺼이 감내하곤 했다. 술의 품격과 함께 “내가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는 과시가 깔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콜키지는 다르다. 더는 허세나 과시가 아닌, 불황이 낳은 실용적 생존법이자 문화적 진화다.
그날 친구의 생일 자리는 단순히 술자리가 아니었다.
우리는 직접 가져온 좋은 술을 나누며 불경기가 바꿔놓은 일상의 풍경을 함께 체험했고, 새로운 시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소비문화를 확인했다.
콜키지.
그것은 불경기의 그림자가 빚어낸 또 다른 얼굴이자, 위기 속에서 피어난 새로운 문화의 단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