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정성이 깃든 화단 한편,
누렇게 바랜 이파리 사이로
빨간 주머니 몇 개,
바람에 흔들리는 꽈리가 바람결에 흔들립니다.
그 순간
어린 날 마당 한편이 떠올랐습니다.
흙냄새 배어 있던 그 자리에서
꽈리를 꺾어 귀에 대고 흔들면
작은 씨앗이 속삭이듯
달그락 소리를 냈습니다.
누님은 씨를 털어내고
붉은 껍질만 남겨
이를 사이에 물었습니다.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묘한 소리.
나는 따라 했지만
소리는커녕
입안 가득 퍼지는 신맛뿐이었지요.
그때
누님은 웃었고
나는 어설픈 휘파람을 불다
혀를 씹었던 기억도 납니다.
할머니는
기침에 좋다며
꽈리를 실에 꿰어
마루 끝에 매달아 두셨고,
그것이 참 예뻐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는
도시의 콘크리트 틈에서
겨우 마주친 그 붉은 주머니 하나가
내 안의 오래된 기억을
소리 없이 흔듭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
그러나
되새김으로 더욱 빛나는 그 시간.
이따금,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더 그리운 건
그 시절의 내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