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빠짐없이 보내주시던 선배님의 답장은 내 하루의 작은 의식이었다.
늘 반듯한 문장과 또렷한 논리, 때로는 촌철살인의 지혜가 담긴 글을 받아 들면 마음이 든든해졌다.
총명하고, 해박하고, 꼼꼼하던 그분의 글은 나에게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배움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글이 달라졌다.
철자가 틀리고, 띄어쓰기가 엉망이며, 맥락마저 매끄럽지 않았다.
처음엔 장난 삼아 그러신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자 아예 알아볼 수 없는 글이 도착했다.
무심코 자판을 두드린 흔적 같은 문자들.
그제야 마음이 싸늘해졌다.
선배님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들려온 것은 형수님의 떨리는 목소리였다.
선배님이 병원에 계신다고,
인지장애 판정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그 말은 낯설면서도 곧바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
나라 걱정을 남보다 더 많이 하시던 분.
나라꼴을 보면 화기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고
항상 입만 살아 애국 애국하며 떠든다며
자신이 너무 밉다고 항상 푸념하시던 선배님이셨다.
바른 성품에 고집은 있었지만, 그것마저도 곧음과 원칙을 지키려는 진심이었다.
그런 분이 이제 기억을 잃고, 언어를 잃고, 세상과의 다리를 하나둘 잃어가고 있다니. 믿기 어려웠다.
병원과 병실을 적어놓고 전화를 끊었다.
병문안을 가면 나를 알아보실까?
아니면 이미 그 기억마저도 저편으로 떠나가 버린 건 아닐까.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며 오고 눈물이 차올랐다.
겅색을 해보니,
인지장애는 기억력과 판단력, 언어능력이 조금씩 지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선배님과 나 사이에 쌓인 세월과 그분이 남긴 가르침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글자가 흐려져도, 기억이 흐려져도, 선배님이 빛내던 삶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또렷하다.
나는 이제 다만 기도할 뿐이다.
선배님의 남은 시간 속에 여전히 따뜻한 온기와 평안이 머물기를.
그분이 잊어도 나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무겁게 발걸음을 옮길 병문안 길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