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꽃 이름을 줄줄이 외워 "꽃백과"라는 별명을 듣곤 했다.
들에 피는 꽃, 산에 피는 꽃, 화단에 피는 꽃까지,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우리 토종꽃들을 줄줄이 외곤 했었으니.
미나리아재비, 노루귀, 얼레지, 깽깽이풀, 쑥부쟁이, 벌개미취, 하늘말나리, 노랑무늬붓꽃, 오이풀꽃 등등,
그 이름들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했고, 발음만 하여도 마음이 곱게 물드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을 둘러보면 상황은 달라졌다.
화단에도, 아파트 베란다에도, 심지어 사무실 책상 위까지 이름 모를 외래종 꽃들이 가득하다.
색은 화려하지만 이름은 낯설고, 생김새는 이국적이라 정이 가지 않고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어떤 것은 번식력이 지나쳐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보고서까지 접했다.
당연히 지키고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우리 꽃들이 밀려나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꽃이름을 물으면 "모른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예전처럼 정겹게 부르던 토종꽃 이름들이 혀끝에서 점점 멀어져 간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자연의 품에서도 우리 꽃이 조금씩 잊히고 있다니 안타까운 노릇.
나는 여전히 우리 꽃들이 좋다.
작고 소박하지만 진솔한 아름다움, 그 이름만 들어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그 정감.
비록 외래종 꽃들이 세상을 점령한다 해도, 내 마음 밭에는 무궁화가 피고,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며, 할미꽃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라져 간다 해도, 우리 꽃은 나의 기억과 가슴속에서 늘 피고 짐을 멈추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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