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모두들 수고 많았어

by 비움과 채움

하루 종일 쉼 없이 돌며 바람을 만들어 주던 선풍기가,

이제는 조용히 멈춰 서 있다.

“나도 좀 쉬고 싶다”는 듯, 고개를 살짝 떨군 채.


한쪽 구석에서 에어컨도 숨을 고른다.

전기를 빨아들이며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던 녀석이, 마침내 긴 호흡을 멈추고 작은 한숨을 내쉰다.


여름이 떠나간 자리,

선선한 바람이 어깨를 스치며 위로하듯 다가온다.

“이제 됐어. 수고 많았어.”

마치 가을이 직접 와서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나는 선풍기 위에 고운 천을 덮어 주었다.

내년 여름 다시 힘차게 돌 수 있도록,

지금은 푹 쉴 시간을 주어야 하니까.

에어컨의 플러그도 뽑아주며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한 계절 동안 내 방을 시원하게 지켜주던 고마운 친구이기에.


책상 위의 부채가 조용히 말을 건다.

나도 바람 만드느라 바빴는데?

그렇다.

흘러내리는 땀을 식혀주던 작은 바람,

그 소박한 힘이 올여름을 잘 견디게 일조했지.


나는 속으로 속삭였다.

“선풍기야, 에어컨아, 부채야!

정말 고마웠어. 너희 덕분에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었어.”


이제 계절은 바뀌고,

여름의 친구들은 긴 휴식을 취할 것이다.

나는 다시금 녀석들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내년 여름 다시 만날 그날까지 푹 쉬라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추분의 기억 ― 낮과 밤의 키가 같아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