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공습

by 비움과 채움

올여름은 참 더웠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 속에 지내다 보니, 모기라는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살았다.

아마 장구벌레들이 더위에 지쳐 살아남지 못했던 탓이리라.

그런데 며칠 전부터 방안에 모기 한두 마리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손바닥을 마주쳐 잡곤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어느새 개체수가 늘어나 방 안 가득 모기 소리가 굿판처럼 윙윙거렸다.


급히 모기퇴치기를 켜고, 기피제를 뿌려도 소용없었다.

간밤엔 모기의 본격적인 공습이 시작되었다. 따끔하다 싶어 손으로 털어내면 이미 모기는 허공을 가르며 사라지고, 나는 헛손질만 하다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문득 작년 기억이 떠올랐다.

모기에게 물렸다 싶으면 얼른 불을 켜곤 했었다.

그러면 맘껏 피를 빨아 배가 불룩해진 녀석들이 벽에 붙어 날지도 못한 채 붙어 있다.

그 순간이 기회다.

손바닥을 무차별로 내리치면, 짧지만 치열한 전쟁은 곧바로 끝나곤 했다.


어젯밤도 모기와의 싸움은 밤새 이어졌다. 비몽사몽간에 눈을 떴을 때, 벽에는 붉은 흔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액자를 하나 걸어두면 추상화라 해도 믿을 법한 광경. 나는 그 장면에 제목을 붙였다. “모기의 최후.”


웃음이 났다. 불청객 모기와의 사투가 한밤중 내 방 안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드라마였다. 여름의 끝자락, 그 작은 생명체가 남긴 흔적 속에서 계절의 장막이 걷히고 있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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