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학교 운동장 화단에는 채송화와 맨드라미, 봉선화가 고운 빛을 머금고 피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흔히 접하던 꽃들이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제 시선을 오래 머물게 한 것은 과꽃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시골 마당 한 켠과 신작로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도심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귀한 꽃이 되어 있습니다.
과꽃을 바라보는 순간, 오래전 배운 노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국민학교 6학년 시절, 그 노래를 배우며 흥얼거리던 기억이 새삼스레 되살아났습니다.
특히 시집을 누님이 보고 싶을 때면 그 노래의 가사를 되뇌며 수없이 부르곤 하였습니다.
어느 해, 누님께서 오랜만에 친정에 오셨을 때 저는 화단에서 막 꺾어 온 과꽃 한 다발을 조심스레 건넸습니다.
그때 누님께서는 눈시울을 적시며 저를 따뜻하게 안아 주셨습니다.
그 품의 온기와 부드러운 느낌이 마음을 가득 채우던 그 순간의 감정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생생합니다.
한때 흔하고 소박했던 과꽃이 이제는 귀하게 느껴집니다.
사라져 가는 그 꽃의 자리만큼이나, 세월 속에서 주름투성이의 누님과의 거리가 멀어졌음을 깨닫게 됩니다.
시간은 말없이 많은 것을 데려가 버리지만, 오늘 문득 만난 과꽃 한 송이는 잊힌 듯한 기억을 다시 불러내 주었습니다.
흙냄새와 가을볕, 누님께서 지으시던 미소와 어린 날의 설렘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납니다.
저는 오늘도 조용히 그 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노래 한 구절마다, 누님을 향한 그리움과 사라진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은은히 스며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