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세계 불꽃축제

by 비움과 채움

을해도 세계 불꽃축제가 ‘빛, 하나가 되다’라는 주제로 여의도에서 열린다며, 미리 가서 좋은 자리를 잡아두겠으니 꼭 오라는 연락이 여러 차례 왔다.

하지만 작년에 초대받아 갔던 기억이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했다.


그날 여의도는 이미 거대한 인파로 숨 쉬기조차 벅찼다.

해가 지자 기다리던 쇼가 시작됐다.

컴퓨터로 정밀하게 계산된 각도와 속도, 수십 초 단위의 정교한 타이밍을 따라 불꽃이 어둠을 찢고 솟구쳤다.

한순간에 펼쳐진 거대한 불의 꽃, 색과 빛이 중첩되어 수를 셀 수 없는 무늬를 그려내는 광경은 예술 그 자체였다.

폭발음과 함께 하늘을 수놓는 색채의 파도에 사람들은 감탄했고, 나 또한 입이 절로 벌어졌다.

과학과 예술이 만난 기술의 절정, 그야말로 ‘빛의 건축’이었다.


그러나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지막 불꽃이 사그라지자 연기가 몰아치듯 뒤덮었다. 숨이 턱 막히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귀갓길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

방금 전까지 함께 환호하던 사람들은 ‘먼저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밀고, 끌고, 서로의 어깨를 치며 한 덩어리의 혼돈으로 변했다.

질서를 유지하려 애쓰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는 바람에 흩어지고, 언성은 점점 높아졌다.

인간의 예술적 역량이 만들어낸 위대한 쇼가 끝나자, 인간의 이기심이 무질서한 소용돌이로 돌아왔다.


우리는 미리 알아둔 대로 마포까지 걸어가기로 했지만, 그 길은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고된 탈출이었다.

지하철역은 무정차로 통과했고, 버스는 우회하며 사람들을 외면했다.

찬란했던 불꽃의 추억은 짙은 연기와 삭막한 퇴장 행렬 속에서 이내 빛을 잃어갔다.


기술은 불가능을 예술로 바꿔놓았지만, 우리의 시민의식은 그만큼 자라나지 못한 듯했다.

올해도 친구가 다시 불꽃을 함께 보자고 손짓했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여의도 현장보다 멀리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게 어떨까?”


밤하늘의 예술을 즐기기 위해 다시금 전쟁 같은 퇴장을 감수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불꽃은 놀라운 기술과 예술의 결정체였지만, 축제를 함께하는 우리의 마음은 아직 그 빛을 닮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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