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10월 1일, 국군의 날이라네요

by 비움과 채움

오늘이 국군의 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거리는 그저 평일과 다름없습니다.

국기 게양을 알리는 방송도, 웅장한 퍼레이드도, 군악대의 힘찬 행진도 들리지 않습니다.

아마 오늘이 국군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루를 시작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도 제 마음 한구석에서는 오래 전의 한 장면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여의도가 아직 공원이 아니라 ‘5·16 광장’이라 불리던 시절, 그 넓은 광장에서 삼군의 열병이 펼쳐졌습니다. 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던 전투기, 굉음을 내던 장갑차, 군악대의 빳빳한 선율. 검은 흰색 텔레비전이었지만 그 흑백의 화면 속에서도 심장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때는

“이 나라를 지켜주는 국군이 있으니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가슴이 뛰었고, 태극기를 흔들며 목청껏 외치던 함성 속에서 ‘하나 된 국민’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어떻습니까.

행사는 축소되고, 그날이 오늘인지조차 잊혔습니다.

모두가 평화롭다고 믿으며 각자의 일상으로 바쁘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그 평화가 그냥 오는 게 아니란 걸, 어린 시절의 그 장면들은 분명히 알려주었는데 말이지요.


아마도 우리가 너무 오래 평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탓일까요.

국군이 묵묵히 국토를 지키고, 그 덕에 안심하고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해 버렸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잠시 멈춰 그 당연함 뒤에 있는 희생과 헌신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조용한 10월 1일, 오늘이 국군의 날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듯 지나가는 이 날이, 누군가의 땀과 훈련, 깨어 있는 눈동자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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