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 두 개의 얼굴

by 비움과 채움

10월의 달력을 펼쳐본다.

손가락으로 쉬는 날을 하나씩 새어 나간다.

3일 개천절, 4일 토요일, 5일 일요일, 6일 추석, 7일 추석 연휴, 8일 대체 휴일, 9일 한글날.

세어 보니 어느새 일주일.

10일 하루만 연차를 낸다면 11일 토요일, 12일 일요일까지.

열흘이 된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황금연휴’라고 부른다.


듣기만 해도 설렌다.

평소 눈치 보던 연차를 내어 길게 떠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티켓을 예매하고, 짐을 꾸리고, 그동안 미뤄왔던 여행을 떠난다.

도심은 한산해지고, 고속도로엔 웃음 섞인 대화가 흐른다.

가족이 함께 모여 오랜만에 식탁을 채우고, 친구들과 한 잔 기울이며 삶을 나눈다.

이들은 황금연휴를 진정 ‘황금’처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달력 위의 빨간 숫자가 모두에게 축복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이 시간은 더 길고 깊은 불안으로 다가온다.

일거리가 끊기고, 가게 문을 열어도 손님은 드물어지고, 임금은 줄어든다.

고향에 내려갈 차비조차 버겁고, 가족을 맞이할 형편도 넉넉지 않다.

일주일이 아니라 열흘이 비어 있는 달력은, 누군가에게는 고요한 공포다.

돈이 사라진 자리에는 시간만 흐르고, 텅 빈 주머니 속에서 한숨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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