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나라, 멈춘 시간

by 비움과 채움

10월은 유난히 쉼이 많은 달이다.

연휴가 이어지고, 달력 속 빨간 숫자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

사람들은 “황금연휴”라 부르며 여행 계획을 세우지만, 누군가에게 그 붉은 숫자는 경고등이다.


“일하는 날은 고작 17일인데, 임금은 다 줘야 하니 환장하겠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친구의 푸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였다.

생산은 멈추는데 지출은 그대로라면, 그들의 한숨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쉬는 날을 두고 사람들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근로자에게는 ‘쉼’이 삶의 권리지만, 기업주에게는 ‘멈춤’이 곧 생존의 위기다.

기업의 생산성은 결국 ‘사람’에게서 비롯되는데,

그 ‘사람’이 멈추는 순간, 기계도 멈추고 시장도 식는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노동의 나라’에서 ‘휴식의 나라’로 변했다.

휴식은 권리가 되었고, 일은 의무가 되었다.

노조는 기업 위에 군림하고, 책임보다는 권리를 외치는 풍경이 일상이 되었다.

누가 봐도 불균형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의 일자리도 사라지는데,

그 연결고리는 이미 사회적 대화 속에서 빠져버렸다.


우리는 언제부터 ‘부자 나라’를 흉내 내기 시작했을까.

유럽의 복지, 북유럽의 휴가, 서구의 워라밸을 부러워하지만

그들의 토대가 된 ‘생산성과 책임’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일할 때 몰두하고, 쉴 때 제대로 쉰다.

우리는 쉴 땐 열심히 놀지만, 일할 땐 불평으로 시작한다.

결국 성장은 멈추고, 기업은 버티다 쓰러지고, 사회는 점점 느려진다.

누구도 악의는 없지만, 모두가 조금씩 게을러진 결과다.


연휴가 많은 10월은 단지 달력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쉼”이 많아진 나라,

그러나 그 쉼이 경제의 “멈춤”으로 이어지는 나라.


쉬는 날이 많은 나라가 반드시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일할 이유와 보람이 사라진 사회야말로 진짜 위기다.

일과 쉼, 권리와 책임, 노동과 자본—

이 단어들이 다시 균형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선진국’을 닮을 것이다.


10월의 긴 연휴,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쉬는 걸까? 아니면 멈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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