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아이디와 비밀번호 ― 편리함 속의 불안

by 비움과 채움

하루를 돌아보면 우리는 수십 개의 디지털 문을 열고 닫으며 살아갑니다.

인터넷 브라우저부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다음, 네이트까지. 소셜네트워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텔레그램 등으로 확장됩니다.

여기에 관공서 민원 서비스, 학교 홈페이지,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보험사, 항공사, 가상화폐 거래소, 각종 커뮤니티와 쇼핑몰, 게임 사이트, 도서 플랫폼까지 합치면 도저히 셀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계정 하나를 만들 때마다 새로운 비밀번호를 정하고, ‘대문자 하나 넣고, 숫자 넣고, 특수문자 넣고…’ 그 순간은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이 계정 비밀번호가 뭐였더라?”

메모장, 스마트폰, 브라우저 자동저장을 뒤적이지만 안 보일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저장해 둔 파일이나 앱이 초기화되면 또 다른 번거로운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기억력은 나이를 따라 흐려지고, 계정은 나이를 거스르듯 불어납니다.

스마트폰이 한 번 포맷되면 복원하지 못한 정보 때문에 진땀을 빼고, 종이에 적어둔 메모조차 백업을 깜박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생깁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주는 편리함 덕분에 인터넷 뱅킹, 쇼핑, 여행 예약, 업무 협업 등 수많은 일을 집에서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정과 비밀번호가 없던 시대라면 상상조차 어려운 효율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커질수록 불안도 함께 자랍니다.

내 정보가 흘러나가지는 않을까, 해킹당하면 어떻게 될까, 복잡한 인증 체계가 오히려 나를 가둬버리진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비밀번호 자체가 ‘나만의 열쇠’라는 상징성을 잃고, 넘쳐나는 계정들 속에 흩어져 더 이상 나를 지켜주지 못하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묻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관리할까?”

어떤 이는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을 쓰고, 어떤 이는 브라우저 동기화를 활용하며, 어떤 이는 여전히 수첩에 적어둡니다.

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안전과 편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니까요.


어쩌면 이 질문 자체가 중요한지도 모릅니다. ‘내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잊지 않고, 한 번 더 점검하고 대비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계정이 늘어가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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