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고향이 그리워졌다.
계획에도 없던 길이었는데 마음이 먼저 나섰다.
이맘때였을 거다. 봉화산에 운무가 걸리고 산이 숨을 쉬듯 안개가 피어오르던 그 풍경.
그 산에 올라 넋을 잃고 바라보던 고향의 골짜기와 푸른 능선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기억 하나가 발을 움직였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라!”
그 한마디에 가슴이 설렜다. 목소리만 들어도 반갑고 고마웠다.
깨복쟁이 친구들 얼굴이 하나둘 떠오른다.
어릴 적 뛰놀던 골목, 땀 냄새와 웃음소리가 함께 되살아난다.
고향.
참 정겨운 단어다.
나고 자란 땅인데도 늘 미안하다.
별일 없으면 찾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만 달래며 미뤄온 세월.
가끔 그리움에 젖어도 쉽게 길을 나서지 못해 더 애틋해진다.
이번엔 마음이 다르다.
옛 학교도 들러보고 싶다.
옥수수와 감자가 자라던 큰 밭, 여름밤 개구리울음이 울리던 논두렁도 보고 싶다.
마을회관은 어떻게 변했을까.
불탄골의 옹달샘은 여전히 솟아날까.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벌써 길을 달려간다.
고향으로 가는 이 길은 단순한 귀향이 아니다.
잊고 지냈던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오래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내러,
내 안의 아이를 다시 만나러 가는 길이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이미 마음을 앞질러 달린다.
익숙한 들길, 정겨운 냇물, 숨바꼭질하던 골목…
그 모든 것이 지금 나를 기다리는 듯하다.
마음이 먼저 고향에 닿았다.
이제 몸만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