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여전히 차 안에 있었다.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아서 이리저리 돌고 있어.”
그의 목소리엔 미안함보다 불만이 더 짙게 섞여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대중교통 타고 오라 했잖아.”
하지만 이 친구는 가까운 거리도 꼭 차를 이용한다.
그에게 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습관이자,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하다.
잠시 후, 친구는 투덜대듯 말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차가 많아?
대한민국, 정말 잘 사는 나라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도로 위엔 중형차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한 지붕 아래 가족마다 차를 굴리는 시대.
도시는 이미 ‘주차 전쟁’이라는 이름의 피로를 겪고 있다.
차는 늘어나는데,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든 풍경이다.
편리를 좇다 보니, 여유는 사라지고
필요와 욕심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차를 버릴 수도, 도시를 넓힐 수도 없다.
불편함을 알면서도 감수해야 하는 현실,
그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한 바퀴 더 돈다.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마음의 빈자리를 찾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주차의 나라에서 사는 우리는
조금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불편함 속에도 배울 것이 있다.
조금 더 양보하고, 조금 더 천천히 가는 마음.
그 마음이야말로
이 답답한 도심 속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공간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