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건너뛴 겨울의 문턱에서

by 비움과 채움

출근길 사람들의 옷차림이 달라졌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을 재킷 하나로 충분하던 사람들이

오늘은 두꺼운 외투에 목을 파묻고 있다.

손은 주머니 속으로 깊이 숨었고, 어깨는 자연스레 움츠러들었다.

한밤 사이 계절이 뒤바뀐 듯, 아침 공기는 매섭게 차갑다.


체감온도는 5도.

TV에서는 설악산에 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은행잎이 아직 물들기도 전인데, 겨울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아직 가을의 색을 다 그리지도 못했는데,

하얀 눈이 덮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서운해진다.


“가을은 오는가 싶어 마중 나가면,

겨울이 바로 따라온다.”

누군가의 말이 오늘은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다.

계절의 시계가 잠시 헷갈린 걸까.

어쩌면 사람의 마음도, 하늘의 온도도 가끔은 방향을 잃는 법이다.


하지만 이내 그 시계는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늦가을 햇살이 다시 따스함을 회복하고,

길가의 은행잎이 황금빛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도,

잠시 흔들렸던 계절처럼 다시 온도를 맞춰갈 것이다.


바람이 차가워진 아침,

나는 계절의 오차를 핑계 삼아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신다.

한 모금의 온기가 손끝으로 번지고,

그 온기가 마음으로 스며든다.

이 추위마저도, 결국 계절이 전하는 작은 안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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