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옷으로 온다

by 비움과 채움

아침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달력은 아직 10월 21일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공기는 이미 11월의 냄새를 품고 있었다.

기상캐스터의 멘트가 들려왔다. “비구름 물러나자 초겨울 추위… 내일부터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말끝마다 ‘찬 바람’, ‘체감 4도’, ‘강원 산간 눈’이라는 단어들이 이어졌다.

잠깐의 가을은, 마치 무대 인사를 마친 배우처럼 서둘러 퇴장해 버린 모양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벼운 재킷 하나면 충분했다.

아침마다 고심하던 ‘가을 패션’이 이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개어두었던 겨울옷을 꺼내며, 나는 계절이 옷으로 먼저 온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몸은 아직 가을에 머물러 있는데, 옷장은 이미 겨울을 맞고 있었다.


출근길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두꺼운 패딩을 꺼내 입은 사람, 목도리를 둘러맨 사람, 주머니 속에 손을 묻은 사람들.

그들의 어깨 위로는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그 바람 위로는 계절의 이름이 바뀌어 가고 있겠지?

누군가는 여전히 얇은 외투 차림으로, 어색한 계절의 문턱에 서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오늘 아침은, ‘가을이 실종된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계절의 변화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우리가 먼저 느끼는 건, 기온이 아니라 공기 속의 온도다.

한순간 달라진 냄새, 바람의 결, 그리고 사람들의 옷차림.

ㄱ 모든 것이 합쳐져 계절을 만든다.


오늘 아침, 나는 문득 생각했다.

'가을은 끝내 손을 잡지 못한 채 떠났지만,

그 짧은 머묾이 있었기에 겨울의 첫 찬 기운이 이렇게 선명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라고.

우리는 옷깃을 여미며, 계절의 변주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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