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오진(誤診)이기를

by 비움과 채움

보름 전이었다.

선배 형수님의 전화 목소리는 떨리고 무거웠다.


“형님이 암 판정을 받았어요. 앞이 캄캄하네요.”


한순간 말문이 막혔다.

늘 강건하고 호탕하던 그분이, 그런 진단 앞에서 주저앉았을 모습을 떠올리니 마음이 저려왔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암이랍니까?”

“전립선암이라네요…”


형수님의 목소리는 이미 눈물에 젖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안을 드리고 싶어 꺼낸 말이었다.

“혹시 모르니, 다른 병원에서 다시 검사해 보세요. 오진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통화를 마치며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해도, 한 줄의 판정이 사람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드는 걸 얼마나 많이 보아왔던가.


한 동안소식이 없었다.

아마 두려움과 싸우고 계시겠지.

늘 소식이 궁금했다.

그런데 어제, 형수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목소리가 날아다녔다.


“오진이었어요!

병원을 옮겨 정밀검사받아보니 암이 아니라네요! 그때 한 말씀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정말…”


그 말에 나도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눈앞이 환해졌다.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은 형수님의 몫이 아니라, 내게도 위로였다.


의사도 결국 사람이다.

의료기계가 아무리 정밀하게 촬영하고, 수치가 아무리 정확해도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눈’이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사람의 능력’이다.


한 줄의 판정이 천당과 지옥을 가른 것이다.

그 경계를 오가며 선배는 죽음의 그림자와 마주했고, 또다시 삶의 빛을 되찾았다.


오늘 아침, 선배님께서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 아침 공기가 참 고맙다.”


그 문장 하나에 모든 게 담겨 있었다.

죽음이 가까웠던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살아 있음’의 온도, 그것이야말로 진짜 의학이 닿지 못하는 삶의 기적이었다.


선배님께서 보내온 문자 속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대목

"담 주에 소주 한 잔 하자. 아우야!"

고맙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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