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가을,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면 어디서나 흘러나오던 노래가 있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용의 목소리는 애틋했고,
그 노래는 계절의 끝자락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다.
그때 나는 스물아홉의 청년이었다.
세상이 아직 낯설고, 꿈은 멀리 있었지만
라디오 한 대와 커피 한 잔이면
세상이 충분히 따뜻했다.
밤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던 선율은
사랑의 아픔이든, 청춘의 불안이든
모두 감싸 안아 주던 친구 같았다.
그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는 사랑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잃어버린 시간을 떠올렸다.
그 시절의 노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감정이 풍성했고, 마음이 섬세했던 시대,
음악은 마음의 언어였다.
이제는 라디오 대신 스마트폰이 손안에 있다.
노래는 여전히 흐르지만,
그 시절처럼 사람의 마음을 붙잡지는 못한다.
가을이 와도, 노래가 와도,
예전처럼 마음이 저릿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음악이 풍경이 되었고,
감정은 조용히 눌러 담긴다.
오늘은 10월의 마지막 날.
라디오도 없고, 테이프도 없지만
그 노래의 첫 소절이 문득 귓가에 스민다.
그때처럼 마음이 살짝 젖는다.
세월은 흘렀지만, 노래는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시절의 나는 이제 흰머리가 늘었지만,
노래 속의 나는 여전히 젊고 따뜻하다.
잊힌 건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듣던 마음의 온도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나는 마음의 다이얼을 조용히 돌린다.
그리고 속삭인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