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원을 찾았다.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서였다.
무료접종 대상이 된 덕분에, 올해 겨울은 감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번호표를 뽑고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 사이로 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내 차례가 되어 접수처에 다가가니 직원이 말했다.
“어르신, 주민등록증 보여주세요.”
그 한마디에 순간 몸이 굳었다.
어르신이라니?
익숙한 단어였지만, 내게 직접 붙여진 건 처음이었다.
내가 이젠 어르신 대접을 받을 나이인가.
독감예방접종 서류 위에 붉은 글씨로 찍힌 ‘노인접종’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마음속 어딘가가 조용히 일렁였다.
그동안 나는 나이를 잊고 살았다.
마음만은 여전히 40대, 아니 50대쯤이라 여겼다.
몸이 조금 둔해지고, 머리가 희끗해졌어도
스스로를 ‘어르신’이라 부를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를 놓는 간호사가 말했다.
“어르신, 오늘은 운동 피하시고 술은 드시지 마세요.”
그 따뜻하고 단호한 말에 문득 웃음이 났다.
그래, 어르신이란 말이 나를 얕보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그건 세월을 통과해 온 이에게 건네는 하나의 존칭이리라.
그제야 인정이 되었다.
그래, 나는 어른이다.
수많은 계절을 건너왔고, 그만큼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눈에는 이제 ‘어르신’으로 보일지라도,
내 안에는 여전히 소년 같은 마음이 살아 있다.
그 마음으로 오늘도 예방주사를 맞았고
삶의 다음 계절을 맞이한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래, 나는 어르신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어르신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