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계절을 바꿔놓는 아침

by 비움과 채움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길게 들립니다.

토도독, 또 토도독.

마치 오래 머물던 가을이

짐을 싸며 문을 살짝 닫는 소리 같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모를

중간 계절의 물기가

방 안 가득 스며듭니다.

떠나는 계절과 오는 계절이

서로 악수를 나누며

잠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듯합니다.


나목들은 비를 맞으며

조용히 흔들리고

잎을 모두 내려놓은 몸,

비에 젖을수록

그 골격이 선명해집니다.

겨울은 이렇게

가을의 마지막 먼지를 씻겨줍니다.


정원으로 나가면

비를 잔뜩 머금은 낙엽들이

배를 불룩 내밀고 누워 있겠지요

무게가 생긴 잎사귀들 사이로

비의 토닥거림은

곧 내릴 첫눈 이불의 자장가겠지요.


비는 자신의 속도로 계절을 바꿉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들어오고,

순리대로 가고 오고를 행합니다.


비가 그칠 때쯤

나는 비로소 알게 될 겁니다.

오늘 내린 이 비는

계절에서 계절로 이어지는

묵묵한 다리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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