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을 하다 문득 시선을 붙잡은 단어 하나.
‘Autumn leaf.’
가을이면 당연히 나뭇잎이 물들고, 또 아무렇지 않게 떨어지는 그 익숙한 풍경을 가리키는 말인데, 내 마음속에서는 오래된 멜로디 한 줄을 먼저 불러왔다.
학창 시절, 프랑스 곡 Les Feuilles mortes—그 영어 버전인 Autumn Leaves.
그 시절엔 이 노래를 정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더랬다.
학교 앞 다방 스피커에서도, 친구의 낡은 카세트 플레이어에서도, 밤하늘과 함께 걸어가는 귀갓길에서도.
어쩌면 가을이란 계절보다 이 노래가 먼저 어른스럽게 나를 무르익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조니 머서의 영어 가사가 입혀지고, 수많은 재즈 연주자들의 손을 거쳐
때로는 위로가 되고 때로는 애틋함이 되어 돌아오던 멜로디.
가을 낙엽처럼 각양각색의 편곡이 있었지만, 모두가 가을의 한 조각 같았다.
그 시절 젊은이들이 이 곡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음악이 감정을 더 크게 만들고, 계절은 그 감정을 더 깊게 만드는 법이니까.
그리고 지금, 다시 ‘Autumn leaf’를 검색해 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낙엽 드로잉과 일러스트, 템플릿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핀터레스트를 스크롤하는 동안, 가을이 손끝에서 흩어지고
그 위로 조용히 음악이 내려앉는 것만 같다.
나는 다시 이 노래를 찾아 듣는다.
수십 년 동안 수백 번은 들었을 텐데도
가을 끝자락에는 이상하게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재즈 연주는 특히나 좋다.
따뜻한 색감의 색소폰이나 피아노 소리가
마치 낙엽 한 장이 바람에 흔들리다
조용히 내려앉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듯하다.
누군가 “명곡 한 잔은 귀로 마시는 예술”이라고 했던가.
정말 그렇다. 이 노래는 한 잔의 위스키처럼
마음을 천천히 덥혀 주기도 하고,
하루의 골짜기 사이를 조용히 지나가게 해주기도 한다.
요 며칠, 낙엽이 비처럼 쏟아지는 길을 걷다 보면
가을이 멀어져 가는 발끝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는,
등 뒤에서 살며시 어깨를 덮어주는 따뜻한 숄처럼
나를 편안하게 감싸준다.
음악은 잘 모르지만
감정의 온도는 분명히 안다.
오늘도 Autumn Leaves의 잔잔한 멜로디는
내 마음을 가을의 결에 맞춰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더 깊게 흔들어준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깨닫는다.
가을의 낙엽이 아름다운 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떨어지기 전까지의 빛남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