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올드시티 투어#1

왓 쩨디 루앙에서 고요의 무게를 느끼다.

by 비움과 채움

치앙마이의 아침은 고요하다.

도시의 중심, 그러나 시간의 변두리에 서 있는 듯한 올드타운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돌연, 낯설지 않은 위엄이 시야를 가로막는다. 왓 쩨디 루앙(Wat Chedi Luang). '거대한 체디의 사원'이란 이름처럼, 무너진 첨탑조차도 경외를 품은 채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 사원은 600여 년 전, 란나 왕국의 왕이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완공까지 반세기가 넘게 걸렸고, 이후 큰 지진으로 체디의 상단이 붕괴되었다. 그러나 시간은 이곳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깊이를 더해주었다. 상처 입은 탑은 그 자체로 역사였고, 그 세월의 무게는 말없이 경내를 감쌌다.


체디의 사면에는 코끼리 조각상이 줄지어 있다. 일부는 세월에 깎여 형태를 잃었지만, 여전히 그 존재는 또렷하다. 맑은 하늘 아래, 그 무언의 코끼리들과 마주 서 있으니 마치 왕국의 수문장들 같았다. 무너진 부분 위에는 일본 정부와 유네스코의 복원 흔적이 엿보였지만, 오히려 그 이질감조차 이곳의 긴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동쪽 기단 위에는 유명한 에메랄드 불상의 복제품이 모셔져 있었다. 본래 이곳에 있었던 진품은 지금 방콕의 왓 프라깨우에 있다고 했다. 복제품 앞에 앉아 묵념하던 한 여행자의 표정이 오히려 진품보다도 진한 정성을 느끼게 했다.


사원 한편에는 ‘Monk Chat’이라 불리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는 승려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한 젊은 승려가 말했다.

"이곳은 과거의 유물만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있는 신앙의 공간입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다.


사원 주변에는 치앙마이 시민들이 경의를 표하며 도시의 ‘영혼’이라 부르는 **도시 기둥(Sao Inthakin)**이 모셔진 작은 사당도 있었다. 마치 이 도시에 뿌리를 내려주는 뼈대처럼 보였다.

사원의 오흐

햇살이 기단을 타고 미끄러진다.

관광객들은 하나둘 떠나고, 사원은 다시 본래의 고요를 되찾는다.

나는 한참 동안 체디 아래에 앉아 있었다.

무너졌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퇴색했지만 더욱 깊어진 그 구조물 앞에서

내 속의 불안도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다.

이곳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다.

사람들이 다녀가고, 시간이 쌓이면서 완성되는 ‘살아 있는 사원’이다.

그것이 바로 왓 쩨디 루앙이 주는 진짜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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