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넘긴 황석영 작가가 또 한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서점으로 향했다. 신간 코너에 들어서자 『할매』는 이미 베스트셀러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책을 집어 드는 순간, 표지에 적힌 문구가 강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오직 황석영만이 쓸 수 있는 격동의 역사,
600년의 시간으로 풀어내는 거대하고도 거룩한 질문.”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이를 넘어서는 작가의 집념과 긴 생을 관통해온 서사적 열정이 느껴져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졌다.
책을 펼치자 바로 이야기의 세계가 열렸다. 귀가하는 동안 절반을 읽었고, 집에 도착해서도 책을 놓지 못할 만큼 몰입감이 컸다.
이 작품은 전북 군산의 600년 된 팽나무 한 그루가 화자가 되어 인간과 자연, 역사의 굴곡을 묵묵히 견뎌온 시간을 들려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선의 여명기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급격한 개발의 시대까지,
이 나무는 인간이 남긴 흔적과 상처, 그리고 사라져간 공동체를 모두 기억한다. 그래서 『할매』는 단순한 역사 소설을 넘어, 생명과 시간, 기억과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거대한 생태·역사 서사로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 마음에 남은 것은 한 가지 질문이었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어떤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이 조용히 가슴에 남아, 자연과 공동체 앞에서의 우리 존재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나는 독후감 마지막 줄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 역사와 생명, 기억과 공동체가
얼마나 깊이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대한 생태·역사 서사이며,
결국 우리가 어떤 미래를 남길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게 만드는 책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