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의 심장, 왓 프라씽을 찾다
치앙마이의 구시가지를 걷던 중, 도시의 소음이 스르르 줄어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왓 프라씽이었다. 오래된 붉은 벽과 금색 지붕, 입구에 늘어진 보리수잎의 그림자가 정오의 햇살에 부서지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입을 다물게 되는 풍경이었다.
입구를 지나자, 부처님 앞에 조용히 앉아 기도하는 현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보다 현지인이 더 많아, 이곳이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아직도 살아 있는 신앙의 장소임을 느낄 수 있었다.
조심스레 신발을 벗고, 사원의 핵심이라 불리는 **‘위하른 라이캄(Wihan Lai Kham)’**으로 향했다. 내부에 들어서자 금빛 벽화와 부처상이 시야를 압도했다. 높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깊었다. 사방 벽에는 ‘주타카’라 불리는 부처의 전생 이야기가 촘촘히 그려져 있었고, 그 그림들은 세월의 먼지를 고스란히 입고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래된 영화 필름을 되감아보는 기분이었다.
정면 중앙에 자리한 ‘프라씽 불상’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러나 그 작은 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묘하게 단단했다.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며, 따뜻했다. 이 불상은 한때 치앙라이에서 이곳으로 옮겨졌고, 지금도 송끄란 축제 때 도시를 순례하는 행사의 주인공이라고 한다. 그 순간, 나는 이 사원이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치앙마이 사람들의 정신을 품고 있는 곳이라는 걸 느꼈다.
밖으로 나와 본당 뒤쪽의 황금 체디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체디 아래에는 노란 꽃다발과 향을 바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돌로 다져진 기단을 손으로 만져보니, 낮은 햇살에 데워진 따스함이 손끝으로 전해졌다. 순간, 아주 오래 전에도 누군가 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이 기도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원의 오후, 느려지는 시간
한켠에서는 젊은 승려들이 빗자루로 경내를 쓸고 있었다.
나는 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찬물 한 모금을 마셨다.
사원은 말을 아끼는 곳이었다. 눈으로 보고, 느끼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충분했다.
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자, 햇빛은 점점 기울고 사원의 황금빛은 더 진해졌다.
바로 앞의 라차담넌 거리에서는 송금하러 가는 사람들과 자전거, 그리고 간간이 지나가는 툭툭의 엔진 소리가 배경처럼 깔렸지만, 사원 안의 분위기는 마치 그 모든 소음을 한 겹 막아내는 듯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