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텃밭이 늘어니면
우리 동네를 걷다 보면 어느 집이나 문 앞에 꽃 한 송이 없는 곳이 없다. 화분, 들통, 스티로폼 박스까지도 하나같이 봄꽃을 품어 이른 봄이면 동네 전체가 작은 화원으로 변한다. 그리고 꽃이 지면 그 자리를 상추, 고추, 토마토, 가지 같은 작물들이 대신한다. 너도나도 경쟁하듯 텃밭을 가꾸고, 작은 공간을 알뜰히 활용하여 마치 도시 속의 소농장을 보는 듯하다.
예전에 유럽을 여행했을 때였다. 널찍한 주택가 정원이 대부분 잔디로만 덮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넓은 땅에 과일나무나 채소, 곡물을 심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현지 가이드에게 물었다.
“왜 저렇게 넓은 정원에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거죠?”
돌아온 대답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도시 사람들이 각자 자기 땅에 농사를 지으면, 진짜 농부들이 가난해집니다. 가난한 농부가 어떻게 도시로 여행을 와서 호텔에 머물고, 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상점에서 소비를 하겠어요?”
순간 깨달았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생을 실천하는 이 마음가짐이야말로 선진국을 만드는 진짜 원동력이라는 것을. 도시는 도시의 역할을, 농촌은 농촌의 역할을 존중하고 연결하며 서로를 지탱해주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그마한 공터만 생기면 어김없이 땅을 갈고 씨를 뿌린다. 그도 부족해 집 앞 화분이며 통마다 온갖 먹거리를 심는다. 자급자족을 넘어서 유난스럽게 주위와 경쟁을 한다.
오늘 아침에도 골목 어귀에서 상추에 물을 주는 할머니께 여쭈었다.
“야채는 사서 안 드시겠어요?”
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하신다.
“그럼요, 먹고 남아서 옆집에도 나눠줘요.”
그 따뜻한 말에 문득, 고향에서 늘 힘들다 하던 농부 친구가 떠올랐다. 도시의 작은 텃밭에는 여유와 정이 깃들지만, 멀리서 흙과 땀으로 살아가는 농부에겐 여전히 삶이 고단하다.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고민하게 된다. ‘작은 농사’의 의미와 ‘진짜 농사’의 가치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할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