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조각한 협곡, 파 처(Pha Chor)를 걷다
치앙마이 시내의 활기를 뒤로하고
오늘은 한결 고요한 자연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치앙마이 남서쪽,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인근에 자리한
숨은 명소, Pha Chor(파 처) 협곡.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시골 풍경은
도시의 복잡함을 잊게 만들 만큼 평화롭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파 처는
생각보다 더 놀라운 풍경을 품고 있었다.
수직으로 솟은 협곡의 절벽들은
마치 거대한 조각가가 정성스럽게 깎아놓은 듯 정교했다.
이곳은 수백만 년 전 핑 강이 흐르던 자리.
세월의 침식과 지각 변동이 겹치며,
오늘날의 기암괴석과 황토빛 기둥들이 탄생했다고 한다.
협곡을 따라 이어진 트레킹 코스를 걷는다.
짧지만 인상적인 여정이다.
붉은 황토와 주황빛 바위들, 그 사이를 비집고 자란 풀잎들과
간간이 부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리 없는 교향곡이
묘하게 마음을 정화시킨다.
사진을 찍는 손길이 분주해진다.
햇살이 바위에 닿는 각도에 따라
그 색감이 달라지고, 그림자가 지형의 굴곡을 더 돋보이게 한다.
이 풍경은 사진 한 장으로 다 담기지 않는다.
직접 눈으로 보고, 발로 밟고, 숨으로 마셔야 비로소 느껴진다.
잠시 바위에 앉아 물 한 모금을 들이킨다.
걷는 여행은 늘 그렇듯,
어딘가에 도착하는 것보다
걷는 그 과정 속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파 처.
그 이름처럼 ‘절벽(파)’과 ‘계단(처)’이 어우러진 지형.
하지만 내게는
‘자연이 만든 미술관’이자
‘시간이 깎아낸 기억의 층’으로 다가왔다.
다시 차에 올라 시내로 돌아가는 길,
흙먼지가 묻은 신발 위로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는다.
오늘도 걷는 여행은 나를 또 한 걸음 깊은 감동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