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푼 테라코타 가든에서의 한 끼 – 유적 속에서 마주한 고요한 미각의 순
파처 협곡과 퐁초 호수 트레킹을 마친 뒤,
오랜 시간 걷고 난 여운을 안은 채,
우리는 조용히 람푼(Lamphun)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람푼 테라코타 가든(Terracotta Garden Lamphun).
정식 명칭보다 ‘유적 속의 정원 식당’이라는 별칭이 더 잘 어울리는 이곳은 도심을 벗어난 외곽, 고대의 숨결이 남은 대지 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식당이 아님을 직감했다.
길게 뻗은 붉은 벽돌길 위로
오래된 테라코타 조각들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고,
녹음이 무성한 정원 한가운데 작은 연못이 고요히 반짝이고 있었다.
정원 사이사이로는 오렌지빛 벽과 태국 전통 양식의 기둥들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고대 사원 유적지 안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원을 관통해 식당 건물로 들어서자
태국 특유의 목재 인테리어와 섬세하게 놓인 도자기 장식들이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리는 정원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주문한 요리는
두 가지 메인 디쉬
태국식 풍미를 더한 돼지고기 스테이크와
향신료로 풍미를 살린 새우요리였다.
먼저 접시에 담겨 나온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겉은 그릴 자국이 선명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혀져 있었다.
은은한 마늘 향과 고수 잎이 어우러진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더했고,
곁들여진 구운 채소와 자스민 라이스가
전체의 밸런스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씹을수록 육즙과 함께 어우러지는 허브의 향이
입안 가득 차올라, 트레킹의 허기를 충분히 달래주었다.
뒤이어 등장한 새우요리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큼직한 새우에
라임과 고추, 태국식 바질을 살짝 곁들인 향긋한 볶음 요리였다.
탱글한 식감에 은근히 스며든 매콤함이 입맛을 다시게 했고,
입가에 번지는 미소만으로도 그 풍미가 충분히 전해졌다.
식사 후엔,
주인장이 직접 끓였다는 로컬 허브차를 내어주었다.
잔잔한 라임잎과 레몬그라스 향이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고,
트레킹의 피로마저 잠시 녹아내리는 듯한 편안함이 퍼져간다.
차를 마시며 바라본 정원의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림이었다.
붉은 테라코타 기둥 뒤로 스르르 떨어지는 오후 햇살,
살랑이는 나무 그림자, 연못 위에 어른거리는 연잎의 반짝임.
그리고 그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든 나.
현지인들의 낮은 대화 소리,
새소리, 찻잔이 부딪히는 소리 외에는
어떤 것도 방해하지 않는 이 조용한 시간은
도시 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었다.
람푼 테라코타 가든
한 끼 식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공간의 깊이와 맛의 섬세함,
그리고 풍경이 전해주는 여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하루의 정점이 되었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쉼'이라는 단어를 천천히 되새기게 하는 공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