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손자 사랑이 유난한 친구 녀석과 통화를 했다.
목소리에는 설렘이 묻어 있었다. 천체에 관심이 많다는 손자와 함께
국립과천과학관에 간다기에 무슨 특별한 행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오늘 밤, 2월 28일. 수성, 금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이 여섯 개 행성이 일렬로 늘어선다네. 행성 정렬이래.”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우주가 한 줄로 숨을 고르는 날이라니.
검색창에 ‘행성 정렬’을 입력했다.
여러 행성이 같은 하늘 방향에 모여 보이는 현상이란다.
황도를 따라 줄지어 선 행성들이 빚어내는 희귀한 장면.
우주가 우리에게 건네는 짧고도 장엄한 쇼란다.
오늘 정렬하는 여섯 행성 가운데
수성, 금성, 목성, 토성은 비교적 밝아 육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망원경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눈으로 보고, 렌즈로 확인하며,
같은 하늘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는 밤이라?
갑자기 나도 그 장관을 보고 싶어졌다.
어디가 좋을까.
서쪽 지평선이 트여 있고, 도시의 불빛이 조금은 덜한 곳.
난지도 노을공원이 떠올랐다.
강 건너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 위로 행성들이 줄을 설 것이다.
망원경을 챙기자.
바람이 세게 부는 곳이니 두툼한 파커도 준비하고,
손끝이 시릴지 모르니 핫팩도 주머니에 넣자.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할 테니 군것질거리도 챙기자.
스마트폰 천체 앱도 설치했다.
현재 위치에서 행성들이 어느 방향, 어느 높이에 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준단다.
작은 화면 속 별지도가
거대한 밤하늘과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니,
참으로 놀라운 시대에 살고 있다.
날씨가 관건이라 했는데,
예보는 맑음을 말하고 있다.
바람은 차겠지만 하늘은 투명할 것이라 한다.
이 정도면 준비는 충분하다.
문득, 가슴이 뛴다.
어린 시절 쏟아질 듯 눈부신 은하수를 바라보며 북두칠성의 국자모양을 찾던 그 밤처럼.
우주의 질서가 잠시 우리 눈높이로 내려오는 시간,
행성들이 서로의 자리를 확인하듯 나란히 서는 순간.
나는 오늘,
난지도 서쪽 하늘 아래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젖힌 채
우주가 펼치는 밤하늘의 쇼를 기다릴 것이다.
얼마 만에 이런 설렘인지 모르겠다.
행성들이 줄지어 선 밤,
나는 잠시나마
지구 위의 작은 존재가 아니라
광막한 우주의 한 장면 속 관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