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약정 기간이 끝났다는 통신사의 연락을 받았다.
“새로운 기종이 출시되었습니다. 사전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마침 오래 쓰던 휴대폰도 느려지던 참이라 신청을 했고,
오늘 대리점에 들러 새 휴대폰으로 교체를 했다.
문제는 데이터였다.
직원이 내 휴대폰을 보더니 말했다.
“고객님 데이터 양이 많아서 옮기는데 4시간 정도 걸립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쌓여 있는 앱과 자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럼 4시간 후에 다시 오겠습니다.”
대리점을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꽤 차다.
달력은 분명 봄인데 공기는 봄 같지 않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옷을 가볍게 입었는데
오늘은 마치 겨울이 다시 성깔을 부리는 것 같다.
꽃샘추위인가.
그때 문득 한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4시간을 어디서 보내지?”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그래, 하던 작업이나 계속하자.
근처 PC방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컴퓨터를 켜고 카카오톡 앱을 열었다.
몇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으면 궁금해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았다.
로그인을 하려고 하니 인증을 하란다.
무심코 주머니로 손이 갔다.
그 순간 깨달았다.
휴대폰이 대리점에 있다는 사실을 깜박한 것이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몸은 이미 주머니 속 휴대폰을 찾고 있었다.
요즘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휴대폰 인증이 필요하다.
결국 하려고 했던 작업은 하나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포기하고 뉴스를 검색했다.
헤드라인이 온통 전쟁 이야기다.
이란 전쟁.
전쟁이 시작되자 환율이 요동치고
물가는 치솟고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강대국들의 힘의 논리 속에서
작은 나라들은 언제나 파장의 영향을 받는다.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지만
그 여파는 우리 삶의 일상까지 흔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때도 그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때도 그랬다.
지금은 또 다른 전쟁이 세상을 흔들고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IMF 때보다 힘들다.
코로나 때보다 불안하다.
창밖을 바라보니
봄은 분명 와 있는데 공기는 아직 차갑다.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세상 역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닐까.
달력은 봄을 말하지만
사람들의 삶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전쟁은 멀리서 시작되지만
불안과 고통은 국경을 넘어 퍼져 온다.
총성과 포연이 멎지 않는 세상에서
경제도 마음도 쉽게 따뜻해질 수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세상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계절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그러나 언젠가는
전쟁도 끝날 것이다.
총성이 멎고
사람들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
그때가 되면
비로소 진짜 봄이 오는 것이 아닐까.
전쟁이 끝나면
그때가 곧
세상에 봄이 오는 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