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조간신문을 넘기다 오피니언 기사 속 한 줄의 속언에 눈이 멈췄다.
“지자불여복자(知者不如福者).”
뜻을 보니
“지혜로운 사람도 복을 타고난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었다.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신문 위에 연필로 밑줄을 그었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인생의 묵직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노력과 지혜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경쟁하고 애쓴다.
나 역시 그런 삶이 옳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세상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같은 일을 시작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순풍에 돛을 단 듯 일이 술술 풀리고,
어떤 사람은 같은 능력과 같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번번이 벽에 부딪힌다.
지식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성실함이 부족해서도 아닌데
결과는 늘 다르게 나타난다.
그 차이를 사람들은 ‘운’이라고 부르고,
또는 ‘복’이라고 말한다.
신문 속 글에는 또 하나의 문장이 소개되어 있었다.
운거금성철 시래철사금
(運去金成鐵 時來鐵似金)
운이 떠나면 황금도 무쇠가 되고,
때가 오면 무쇠도 황금이 된다는 뜻이다.
곱씹어 볼수록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문득 젊은 시절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두 사람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누구보다 머리가 좋았고 계산도 빠르고 판단력도 정확했다.
다른 한 사람은 그에 비해 평범했고 특별히 뛰어나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머리가 좋았던 사람은 번번이 기회를 눈앞에서 놓쳤고,
평범해 보였던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때를 잘 만나야 하는 일마다 순조롭게 풀렸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기회를 만나고,
좋은 흐름을 만났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지혜로웠던 사람보다
운을 타고 복을 만난 사람이 더 멀리 가 있었다.
그때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은 지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생에는 때가 있고
흐름이 있고
복이 있고
그래서 옛사람들은 지혜를 쌓는 것만큼
복을 지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욕심을 줄이고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
어쩌면 그것이
복이 머무는 길일 것이다.
지자불여복자(知者不如福者).
이 말을 다시 곱씹어 보니
지혜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지혜 위에 겸손과 덕이 더해질 때
비로소 복이 머문다는 말처럼 들린다.
아침 신문한 줄이
하루 종일 마음을 저울질하게 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전에
복을 담을 그릇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조용히 마음속으로 기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