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 미세먼지

by 비움과 채움

매일 습관처럼 보는 기상예보.

오늘 예보를 보니 미세먼지가 심하단다.

봄을 따라온 또 하나의 손님,

아니 반갑지 않은 손님.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늘 아지랑이가 있었다.

차가웠던 겨울 공기가 풀리면 햇살 속에서

희미하게 흔들리는 공기의 물결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가장 부드러운 신호였다.


따뜻한 바람이 불면

나무 끝에 매달린 꽃봉오리들이

조심스럽게 몸을 풀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벼워지며 생기가 돌았다.


한때 봄의 공기는 그렇게 맑았었다.


그러나 요즘의 봄은

조금 다른 얼굴로 찾아온다.


따뜻한 날씨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걱정이 하나 있다.

미세먼지다.


창문을 열어 봄바람을 맞고 싶지만

먼저 휴대폰으로 공기질을 확인하게 된다.

하늘은 분명 맑은데

공기는 어딘가 흐릿하다.


마스크를 써야 할까

잠시 망설인다.


코로나 시절

우리는 몇 해 동안 마스크 속에서 숨을 쉬었다.

그 답답함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마스크를 꺼내 들면서도

어딘가 마음이 무거워진다.


마치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이 트라우마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겨울 날씨를 설명할 때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말을 썼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해지는

자연의 규칙적인 숨결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 말을 조금 비틀어 말한다.


삼한사미(三寒四微).


사흘은 추위가 찾아오고

날이 풀리면

따뜻함 대신 미세먼지가 뒤따라온다는 뜻이다.


계절의 리듬이

어딘가 달라졌다는 씁쓸한 농담이다.


봄바람은 꽃을 깨우지만

그 공기 속에 섞여든 먼지는

봄의 얼굴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따뜻한 날씨를 반기면서도

마스크를 써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봄이 왔다는 기쁨과

숨쉬기 조심스러운 현실이

같은 계절 안에 함께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봄을 기다린다.


언젠가는 다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맑은 하늘 아래 종다리가 조잘대던

그 시절의 맑은 공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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