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투어

태국의 지붕을 걷다 – 도이인타논 국립공원 파독시우 트레일

by 비움과 채움

오늘은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에 속한 **파독시우 트레일(Pha Dok Siew Trail)**을 걷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출발지는 치앙마이 구시가지 타페게이트. 이곳에서 약 10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도이인타논까지는 차로 약 1시간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해발 2,500m가 넘는 도이인타논(Doi Inthanon)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태국의 지붕'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을 만큼 웅장한 자태를 자랑한다.

국립공원은 메챔, 촘통, 산파통 세 지역에 걸쳐 있는 광대한 면적을 자랑하며, 전체 코스를 도는 데만 열흘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려 90km에 달하는 구간. 그 이야기를 듣자, 트래커로서의 마음에 은근한 도전 욕구가 피어올랐다.


이 국립공원에는 다양한 명소들이 즐비하다. 왕과 왕비를 기리기 위해 세운 쌍둥이 파고다(장수기념탑), 로얄 프로젝트 레스토랑, 몽족 시장, 카렌족 마을, 그리고 이름난 폭포들과 트레킹 코스들까지.

그 중 트레킹 코스로는 키우 메판(Kew Mae Pan), 앙카(Ang Ka), 그리고 오늘 걸은 파독시우(Pha Dok Siew) 세 곳이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앙카는 320m의 짧은 산책길이지만, 키우 메판과 파독시우는 각각 3km 이상으로 2~3시간 정도 소요된다.

파독시우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편도 코스이며, 가이드 동행이 필수다. 가이드는 대부분 이 지역 원주민인 화이트 카렌족이며, 팀당 200바트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 트레일의 마지막 지점은 바로 화이트 카렌족이 거주하는 메클랑 루앙 마을이다.


트레일 초입은 숲길. 약 20분 정도 오르막을 따라 걷다 보면, 이내 본격적인 내리막 구간이 시작된다. 울창한 열대림 속을 걸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시원한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 곳곳에는 폭포가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다리와 안전한 난간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걱정 없이 걸을 수 있었다.


폭포 옆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보라가 더위를 식혀준다. 숲 속의 청량한 새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어우러지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교향곡에 귀를 맡긴다. 습한 공기에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지만, 그조차도 상쾌하다. 트레킹 도중 만난 외국인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길이 짧게 느껴진다.


원시림같은 숲을 지날 때, 넓은 이파리 밑으로 바나나가 조록조록 달려 있고, 눈에 익은 과일들과 이름 모를 야생 과일들도 종종 눈에 띈다.

트레킹 중 계단식 논도 만났는데, 이 지역은 2모작이 가능한 곳이라 한다. 곧 모를 심으려는지 막 써래질을 시작한 농부의 모습이 그 풍경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하산 지점에 다다르자, 나뭇잎을 엮어 만든 전통 지붕의 집들이 이국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마을에는 병아리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닭, 반갑다는 듯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조용히 눈빛을 보내는 고양이들까지…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가 느껴진다.


3시간여의 트레킹을 마친 후, 수고비를 건네자 가이드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커피라는데, 향이 깊고 맛도 진하다. 그 한 잔에 오늘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비록 짧은 코스였지만, 때묻지 않은 원시 자연과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파독시우 트레일의 푸르른 풍경과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는 오래도록 내 기억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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