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병

여름 지하철, 그 시린 아이러니

by 비움과 채움

지하철을 탔다.

밖은 한낮의 열기 탓에 온몸이 후끈했지만,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원함이 아니라 냉기가 훅 하고 몰려왔다.


차 안은 마치 냉장고 같았다.

에어컨 바람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내 몸의 열기를 단숨에 식혀버렸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했다.

가방에서 재킷을 꺼내 입었지만

그 찬 기운은 금세 온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곧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 열차는 약냉방칸입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일반칸은 냉장고 속이라는 말인가?’


주위를 둘러보니

민소매, 반팔, 얇은 옷차림의 승객들이

이를 악물고 에어컨 바람을 견디고 있었다.

몇몇은 팔을 문지르거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다.

누가 보면 여름이 아니라 늦가을 풍경이라 해도 믿을 법하다.


에어컨은 여름의 구세주이자,

냉방병이라는 복병을 안고 오는 존재다.

내 주변에도 여름만 되면

코감기, 두통, 근육통 등

‘에어컨 후유증’을 달고 사는 이들이 여럿 있다.


냉방은 더위의 피난처가 될 수 있지만

과하면 일상이 불편해진다.

무더위와 냉기 사이에서

오늘도 우리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카페에서—

여름의 이 아이러니한 풍경은

계절이 바뀌기 전까지

계속 반복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 오는 날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