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단상

일회용 우산에 대하여

by 비움과 채움

장마철입니다.

준비 없이 길을 나섰다가 결국 우산을 샀습니다.

‘일회용 우산’이라고 붙어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제법 고급스러운 모양새입니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납니다.

대나무대로 만든 푸른 비닐우산.

살은 잘 부러지고, 바람만 불면 뒤집어지기 일쑤였지만

그마저도 주머니 사정 넉넉할 때에나 살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오늘 내가 산 일회용 우산은 이름만 일회용일 뿐,

제대로 된 우산입니다.


생각해 보면, 요즘 우산은 정말 소모품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에 두고 내리기 일쑤고,

거래처나 식당에도 종종 두고 나오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나 사무실엔 우산이 넘쳐납니다.


오늘 산 이 우산은 과연 내 곁에 얼마나 머물까요?

비 오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이게 풍요로운 것인지,

아니면 낭비에 익숙해진 건지—

잠시 삶의 습관을 되돌아보게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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