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전쟁, 잊지 말아야 할 정신
나는 전쟁을 겪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쟁의 기억을 안고 살아온 이들의 곁에서 자라났다.
어릴 적 부모님과 삼촌들이 들려주시던 6.25 전쟁 이야기는
동화처럼 매번 반복되었지만,
그 안에는 두려움과 분노, 상실과 생존이 절절히 담겨 있었다.
톳씨 하나 틀리지 않게 기억나는 그 이야기들은
그저 '과거'가 아니라,
내 정신의 뿌리를 형성한 '현재'이자 '정체성'이었다.
공산당에 대한 경계심과 반감은
단지 사상 교육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고통과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간신히 버텨낸 조국은
광복의 기쁨도 채 누리지 못한 채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또 다른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서울은 전쟁 발발 단 3일 만에 함락되었고,
국군과 유엔군, 심지어 총도 제대로 잡아보지 못한
어린 학도병들까지
전선을 지켜야만 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과 서울 수복,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감격의 순간도 있었지만,
중공군의 개입으로 우리는 또다시 철수하고 후퇴했다.
흥남부두를 떠나던 피난선,
부산으로 이어진 끝없는 피란길은
‘전쟁이 무엇인가’를
우리 민족에게 너무도 뼈아프게 각인시켰다.
그렇게 전쟁은 3년 동안 이어졌고,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으며,
수많은 가족들이 갈라지고
고향을 잃고 살아야 했다.
나는 이 모든 이야기를
책이 아니라
가족의 입으로,
그들의 눈물과 함께 배웠다.
그래서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거나
공휴일 지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내 안에서 자라난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역사는 사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키는 일은
비단 1세대 당사자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는 전후세대,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그 고통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정신의 등불을 지켜야 한다.
6.25는 단지 전쟁이 아니라
민족의 생채기이자
그 생채기를 마주하고 살아가는
우리의 '정신적 유산'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부모님과 삼촌이 들려주던
그 말들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며
이 나라의 미래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