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개해수욕장에서의 하루
드디어 도착했다.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걱정했던 방갈로는 다행히 잡을 수 있었고, 낯익은 그 숙소에 짐을 푼다.
먹거리, 마실거리, 갈아입을 옷 등, 어느새 방 안은 소박한 캠핑의 온기로 채워진다.
문을 열고 맨발로 해변에 나선다.
모래의 감촉이 사뿐사뿐 발바닥을 간질인다.
지금은 썰물 때.
넓게 드러난 갯벌은 은빛의 평야처럼 펼쳐져 있다.
몇 번의 방문으로 익숙해진 동선이 눈에 들어온다.
해변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아이들은 젖은 모래 위에서 흠뻑 빠져 뛰놀고 있다.
텐트도 여기저기 세워져 있고, 조개잡이 체험 구역에는 녹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갯벌에 온몸을 맡긴 채 조개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맨발로 뻘 위를 걷는다.
몸이 아파 치유하러 온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바닷바람과 뻘의 감촉, 그리고 무언가 몸속을 뚫고 올라오는 듯한 바다의 기운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온몸으로 전달된다.
생물들은 대부분 뻘 속에 숨었지만,
게들은 가끔 집 밖으로 나왔다가 인기척에 놀라 다시 사라진다.
어디선가 누군가는 낙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갯벌을 파헤치고 있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알게 됐다.
낙지는 이곳에는 없다.
그 대신 조개는, 발가락 끝의 감각으로, 뻘의 질감을 읽으며 캐는 법을 익혔다.
그 재미에 빠져 밀물이 빠르게 들어오는 줄도 모른 채 허둥댔던 기억도 있다.
바다는 참 신기한 존재다.
간조와 만조, 밀물과 썰물
바다는 언제나 제 시간을 지키며, 제 방식대로 육지와 사람을 맞이한다.
그 이치를 알면 바다는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다.
그저 경이롭고, 겸손하게 대해야 할 자연이다.
오늘 나는 산이 아닌 바다에 있다.
산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은,
바다의 기운을 흠뻑 들이켜며 또 다른 생명의 숨결을 내 몸속에 채운다.
산은 또 나를 기다리겠지만
오늘은 바다가 나를 품는다.
조용히, 부드럽게, 그리고 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