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바위가 고향입니다
누군가 내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 때면, 나는 주저 없이 “감자바위요”라고 말하곤 했다.
나의 고향,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를 질리도록 먹으며 자란 곳.
그 시절엔 입이 심심할 틈이 없었고, 배고프다는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감자와 옥수수가
지금의 나를 이루는 살과 뼈를 다져준 은인이었다.
오늘, 서울 근교에 사는 친구의 농장을 찾았다.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듯, 다시 감자를 캐고 싶어서였다.
손에 호미를 쥐고, 무릎을 땅에 붙이고, 흙을 파헤쳤다.
머릿속에는 고향의 자갈밭이 떠올랐다.
돌멩이 밭에서 자란 감자는 웬만한 가뭄에도 꿋꿋했었다.
강원도 감자가 유명한 이유는
그 돌멩이 천지인 밭은 낮엔 땡볕으로 달궈지고, 밤엔 이슬을 품어 감자에게 수분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란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자갈은 감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 캐본 감자는 고운 흙에서 자라났다.
돌멩이들을 모두 골라낸 밭은 부드럽고 일하기 수월했지만,
그 속에서 나온 감자는 어딘지 모르게 생기와 단단함이 덜했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
혹시 감자가 이런 소리를 쳤던 것은 아닐까?
"제발, 돌멩이를 치우지 말아 주세요!"
고된 환경 속에서도 제 몫을 다하며
더 단단하게 자라나는 감자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자갈을 밟으며,
더 깊어지고 강해지는 것인지 모른다.
돌멩이 투성이 밭에서 자라난 감자의 무게,
그 속에 깃든 고향의 기억과 옛 어른들의 지혜가
오늘따라 유난히 깊고 따뜻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