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좋은 위스키는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

by 비움과 채움

글을 읽다 한 문장에서 걸음을 멈췄다.

“세상에 나쁜 위스키는 없다.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다.”


이 문장을 곱씹으며 나는 조용히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문득, 나의 위스키 습관이 떠올랐다.


나는 종종 위스키를 마신다.

익숙한 병은 안도감을 주었고,

낯선 라벨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늘 그랬다.

잔에 따르자마자 향도 맡지 않은 채,

서둘러 꿀꺽 삼켜버렸다.


입안에서 잠시 머무르지도 못하고

목으로 넘긴 술은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다.


마니아들은 말한다.

위스키는 ‘말하는 술’이라고.

입안에 머금고 조용히 굴릴 때,

그 술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산지의 향, 오크통의 시간,

숙성의 계절과 증류소의 숨결까지.


그런데 나는

그 술이 말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 버렸던 것이다.

무례하게, 무심하게.


꿀꺽 넘기는 그 소리조차

위스키가 욕하는 소리란다.

나는 좋은 술을

나쁜 술로 만들어 마시고 있었던 셈이다.


좋은 위스키란

값비싼 병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래 숙성된 시간과

그 시간을 존중하는 태도에 있다.

좋은 술은

존중받을 때에만

제 진가를 드러낸다.


좋고 나쁨은

혀끝이 아니라

귀와 마음에 달린 일이다.


오늘, 나는 술잔을 들기 전

잠시 멈춰본다.

이 위스키는

지금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을까.


이제는 알겠다.

진정 좋은 위스키란,

천천히 마실 때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는 술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한 잔의 위스키를

입안에 머금고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정중히 귀 기울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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