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자란 바나나 한 송이
얼마 전,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동남아나 중남미에서나 자라던 열대 과일 바나나가
서울 노지에서 2년 연속 열렸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하지만 곧 마음 한편이 덜컥 무거워졌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 깊숙이 다가왔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바나나가 서울에서 자랄 수 있다는 건
우리나라가 곧 열대 과일 재배지로 바뀐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땅의 여름이 고온다습해지고
열대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은 말없이 경고한다.
식물의 변화를 통해, 계절의 무게를 통해,
또 하나의 이상 징후로 신호를 보낸다.
우리는 그 경고를 너무도 무심히 흘려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머지않아 서울의 가로수들이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대신 야자수로 줄 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상상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우리가 오래도록 지켜온 사계절의 풍경이
어느 날 낯선 기후 속에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니까.
서울의 바나나 한 송이.
그 작고 노란 열매는
이제껏 우리가 저질러온 환경에 대한
자연의 조용한 질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