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은 주문

하늘의 본때

by 비움과 채움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뜨거웠다.

해가 머리 위를 정수리처럼 눌러댔고, 땅에서는 숨이 턱 막히는 열기가 솟구쳤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집 안에 있는 사람조차도, 마음속으로 하나같이 같은 소망을 품었을 것이다.


"비라도 내려 주었으면."

"보슬비라도, 아니면 이슬비라도."

"제발, 하늘이 한 번쯤은 숨을 내쉬듯 소나기를 쏟아주기를."


사람들은 견디다 못해 하늘을 향해 주문을 외웠다.

기도처럼, 소망처럼, 간절함을 담은 마음들이 수없이 하늘로 올라갔다.

어떤 이는 나지막이 중얼거렸고, 어떤 이는 벽에 붙은 날씨 예보 앱에 눈을 떼지 못한 채 바라보았다.

아마 하늘도 그 마음을 느꼈던 걸까.


그런데,

비는 왔다.

보슬비도, 이슬비도 아닌,

폭우로.

호우로.

마치 전쟁이라도 벌어진 듯, 물폭탄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도시의 골목골목이 물에 잠기고, 강은 금세 괴물처럼 불어나 거세게 덮쳐왔다.


잠시 위로받고자 했던 우리의 바람은 어쩌면 과했던 것일까.

마음이 간절했던 만큼, 하늘의 응답도 거칠어졌다.

비를 바랐던 우리는 지금, 그 비 앞에 다시 무릎을 꿇고 있다.


하늘이 보낸 응답은 때로, 우리가 원하던 것과 다를 수 있다.

원했던 건 ‘적당한 위로’였지만, 돌아온 건 ‘무거운 현실’이었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비가 아닌

적정한 바람.

그리고

하늘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일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