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하나 되는 길
산길로 접어들며 아침가리골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된다.
초입부터 숲은 진한 숨결로 나를 감싼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산소는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시원함이 번져든다.
나는 신발을 벗는다. 흙과 바위, 풀잎이 전하는 감촉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서늘한 감각은 마치 땅이 나를 어루만지는 듯하다. 새들은 마중을 나왔는지, 지저귀며 길동무가 되어준다. 길가에 피어 있는 참나리꽃과 개망초는 수줍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계곡으로 접어들자 세상이 달라진다.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물길은 힘이 넘친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시원한 물소리와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의 탄성은 계곡을 따라 메아리친다. 미끄러운 이끼 낀 돌 위를 조심스레 딛지만, 발끝부터 올라오는 냉기와 찬물의 감촉은 어느 여름날의 고단함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이곳은 매해 여름마다 나를 부르는 계곡이다. 몸과 마음이 물과 숲에 동화되는 경험, 그것은 단순한 피서가 아니라 치유이자 충전이다. 세상의 소음은 잦아들고, 오직 자연의 숨결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난다.
오늘 하루, 나는 이 계곡에 나를 맡긴다.
맑은 물과 푸른 숲, 그리고 고요한 떨림.
이보다 더 완벽한 여름의 위로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