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을 만나다
산책을 나선 어느 여름날, 까마중과 마주쳤다.
푸른 잎 사이로 노란 꽃술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민다.
날렵하게 젖혀진 꽃잎들, 어쩐지 낯설지 않은 모습.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어릴 적, 집 뒤편이나 골목길 가에
어디서든 자라던 까마중.
검게 익은 열매를 따 입에 넣고
달콤 쌉싸래한 맛을 천천히 굴리던 그 시절이
불쑥 되살아난다.
배고프던 여름날,
그 조그만 열매 하나가
허기를 달래던 간식이자 위로였지.
까마중이라는 이름이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들은 것도
훗날의 일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알겠다.
까마중은 단지 풀이 아니었다.
잊고 지냈던 여름의 한 조각,
작고 둥근 그리움이었다.
다시 그 꽃을 본 오늘,
나는 묻는다.
곧 익어갈 열매는
예전 그 맛일까?
그 맛을 다시 느낀다면
혹시,
잊힌 추억도 함께 입 안에 맺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