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맞이하며

8월, 여름과 가을 사이

by 비움과 채움

달력을 넘기며 8월이라는 숫자와 마주하니, 자연스레 절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입추, 말복, 그리고 처서.

이 세 절기가 나란히 8월 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이 한 달이야말로 계절의 경계, 여름과 가을이 손끝을 스치며 교대하는 순간이다.


먼저 8월 초의 입추(立秋)는 말하겠지.

‘이제 가을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아침부터 땀방울이 흐르고, 햇살은 따갑기만 할 것이다.

입추는 ‘시작’ 일뿐, 본격적인 가을은 아직 멀리 있으니 말이다.


그러자 중순 무렵의 말복(末伏)*이 발끈할 것이다.

“내가 여름의 마지막이다!”

여름의 왕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말복은 폭염과 열기를 총동원하겠지.

에어컨 바람에 기대고, 찬 물에 손발을 담그며, 사람들은 겨우겨우 그 더위를 견디겠지.

그마저도 삼계탕 한 그릇, 혹은 수박 한 조각으로 마음을 달래 가며.


하지만 말복의 기세도 오래가지 못하겠지.

하순에 들어 처서(處暑)가 오면, 바람이 먼저 달라질 것이다.

햇살의 색이 묽어지고, 새벽이면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공기가 어딘가 서늘해질 것이다.

“더위도 이제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시죠.”

처서는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여름을 밀어내겠지.


그러고 보면, 8월은 여름의 꼬리이자 가을의 머리다.

이중적인 얼굴을 가진, 전환의 달이다.


이 계절의 모서리에 서 있으면,

어느 순간 땀이 식는 기분에

‘아, 여름이 가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그러다 광복절이 찾아오면,

묘하게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고,.

나라의 해방을 기리는 그날,

이 더위에서도 마침내 해방된 것 같아

덩달아 “만세!”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이제 여름도 열흘 남짓.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그리고 나면,

입추가 열어주고, 처서가 닦아 놓은

선선한 가을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열린 8월이여, 반갑다.

계절의 문턱에서 너를 맞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공일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