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일의 추억

반공일 시절을 소환하다

by 비움과 채움

한때 토요일은 ‘반공일(半空日)’이라 불리며, 오전만 일하고 오후는 쉬는 날이 있었다. 지금은 주 5일제가 당연시되며 그 단어조차 낯설어졌지만, 반공일은 한 세대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그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토요일 아침이면 일하러 가는 길임에도 마음은 가볍고 옷차림은 야외용. 가방에는 도시락 대신 등산화나 여벌 옷이 담겼고, 업무를 마치자마자 열차역으로 달려가곤 했다. 반나절의 자유를 위해 몸은 분주했지만 마음은 날아다녔다.


회사 일이 많아 토요일에도 종종 근무해야 했던 시절, 일주일은 마치 거북이처럼 더디게 흘렀다. 그럴수록 반공일의 오후는 더욱 귀하고도 반가웠다. 누군가는 말했다. 시간에는 세 가지 걸음걸이가 있다고.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영원히 멈춰 있다고.


정말 그랬다. 지루할 때는 시간이 기어가고, 즐겁고 신나는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인간의 행동 중 노는 것만큼 자발적인 일도 드물다. 일은 시켜야 하지만 놀이는 스스로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놀이라는 것도 격식과 의무가 개입되면 그 맛이 떨어진다. "하던 짓도 멍석을 펴 놓으면 안 한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반공일은 단순한 쉼이 아니었다.

그건 ‘나를 위한 시간’이었고, 억지로가 아닌 자발적으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여유였다. 일은 명령이었지만, 반공일의 놀이는 순수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즐겁고, 그래서 의미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제도,

그 이름조차 낯선 세대가 늘어가지만, 반공일은 한 시대의 사람들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짧고 소중했던 오후의 해방감이었다.


토요일인 오늘

문득 그 이름조차 정겨운 반공일이 떠올랐다.

그날의 열차 소리, 가벼운 배낭, 느릿하게 흐르던 시간, 그리고 자유의 오후.

사라졌지만 잊히지 않는, 소중한 풍경 하나가 다시 마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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