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과 낭비
책상을 정리하다, 한참을 멈춰 섰다.
서랍 안은 온갖 필기구들로 가득했다. 연필, 볼펜, 사인펜, 매직, 형광펜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문득 궁금해져 종이에 하나하나 굴려봤다. 반쯤은 여전히 글씨가 써졌고, 나머지는 이미 수명을 다한 듯 묵묵부답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이 서랍 속에 있었던 걸까?'
무심히 넣어두고 잊고 지낸 시간의 흔적이었다.
어릴 적엔 달랐다. 연필 한 자루가 얼마나 귀했던가.
주머니칼로 조심스레 깎다가 흑심이 '툭' 부러지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곤 했었다.
그래도 아까우니, 짧아진 연필을 볼펜 껍데기에 끼워가며 끝까지 썼다.
그렇게 연필이 몽당연필이 되는 과정을 나는 성실히 함께했고,
쓰지 못할 때까지 써 내려간 그 정성은 참 애틋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기능은 넘쳐나고 디자인도 화려한 필기구들이 집 안 곳곳에 널려 있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들였지만, 결국 어디론가 밀려나고 잊힌다.
서랍 속, 연필과 펜들은 고요히 잠들어 있다.
정리를 하며 절반은 여전히 쓸 수 있는 펜들이고,
나머지는 기능을 잃어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순간 마음이 불편해졌다.
이건 풍요일까? 아니면 낭비일까?
어린 시절엔 몽당연필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꼈는데,
지금은 쓰지 않은 채 버려지는 펜들이 쌓인다.
필기구는 여전히 우리 삶에 필요하지만,
그 존재를 기억하는 마음만은 옛날보다 점점 옅어지고 있는 듯하다.
오늘 책상을 정리하며,
나는 오래된 몽당연필 하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