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섬 여행을 갔을 때였다.
민박집 뜰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길을 붙잡은 건 짙푸르고 단정한 잎사귀와 그 사이로 청초하게 피어난 보랏빛 꽃이었다.
난초를 닮은 듯 은근하면서도 기품이 있었고, 그 자태는 도무지 한 번 보고 지나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나는 하루 종일 그 앞을 서성이며 바라보았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섬을 떠나는 날, 나는 주인장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
“혹시, 한 뿌리만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자 주인장은 미소와 함께 여러 뿌리를 넉넉하게 캐어 건네주었다.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그 마음까지 꽃처럼 고마웠다.
집으로 돌아와 정성껏 화분에 심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감탄했다.
보랏빛 꽃잎은 참으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뒤늦게 그 이름을 알았다.
맥문동(麥門冬)이라는 것을.
후일 알게 된 사실은 더 놀라웠다.
무심히 지나쳤던 산길 옆에도, 공원 구석에도, 심지어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육교 밑에도 맥문동은 지천으로 피어 있었다.
존재했으되 내가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맥문동은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란으로 착각한다는 시실,
맥문동은 약재로도 쓰이는 귀한 풀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오늘 산책길에서 다시 맥문동 군락을 만났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피어난 작은 보라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무심히 피어 있으면서도 사람의 시선을 빼앗는 그 모습에, 나는 그 섬마을 민박집의 뜰을 다시 떠올렸다.
처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날처럼.
작고 소박한 꽃 한 송이가, 한 뿌리의 풀 한 줌이 삶 속에서 얼마나 큰 울림이 될 수 있는지를 맥문동은 알려주었다.,